'흐르는 여정' 저스틴 민 "마음으로 연결된 가족 탐구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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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란 우연이 빚은 만남과 여정…김혜옥·피아니스트 박대호 출연
김진유 감독 "'호프'가 경쟁작이라 생각…농인 접근성 위해 자막 넣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1958년생 개띠 문춘희(김혜옥 분)는 강릉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남편과 함께 지은 집을 떠나 그가 남긴 피아노와 자동차를 가지고 아파트로 이사를 간 춘희는 피아노를 온전히 집에 들일 수 없어 곤란해한다.
그때 '옆 동 10층에 산다'며 넉살 좋게 등장한 민준(저스틴 민)이 피아노를 자기 집에 두자고 제안한다.
영화 '흐르는 여정'은 민준과 춘희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일면식도 없던 춘희와 민준이 피아노를 계기로 가까워지는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는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 사람들 간의 우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족은 혈연으로 묶이기도 하고 결혼으로 엮이기도 하는데, 저희 영화는 마음으로 연결된 가족을 탐구하고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직접 선택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
'흐르는 여정'의 주연 저스틴 민이 1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마음의 교류를 나누는 사람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춘희를 비롯해 생모를 찾기 위해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지휘자 민준, 민준에게서 피아노 교습을 받는 성찬 등 극 중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은 혈연 가족이 남아 있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저스틴 민은 이를 두고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연결지점을 찾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표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1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흐르는 여정' 기자간담회에서 김진유 감독(오른쪽부터)과 배우 김혜옥, 저스틴 민, 박대호가 발언하고 있다. 2026.10.16. [email protected]
저스틴 민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콜린 패럴이 출연한 '애프터 양'(2021)에서 로봇 양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최근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에 출연하기도 했다.
저스틴 민은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할 프로젝트를 찾아왔다"며 "이번 영화 시나리오는 보자마자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 '멜랑콜리'하면서도 희망이 넘쳤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민준은 독일에서 온 설정이었는데, 저도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저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저스틴 민은 실제 촬영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 순서대로 이뤄져 배우들과도 정을 나눌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영화 속 민준이 춘희를 알아가는 과정과, 실제 저스틴이 김혜옥 선생님과 박대호 배우를 알아가는 과정이 비슷했다"며 "영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정(情)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춘희 역의 김혜옥도 "혈연 아닌 이웃 사람들도 이렇게 가족과 같은 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나리오여서 선택했다"며 "저스틴과 대호가 빈구석이 있는 허술함이 있어서 좋았다. 저스틴은 보호해주고픈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남자였다"고 웃음 지었다.
극 중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성찬 역의 박대호는 이번 영화로 첫 연기에 도전한 진짜 피아니스트다. 현재 CMK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을 앞둔 그는 영화에서 사람들 마음을 매료시키는 연주를 선보인다.
박대호는 "영화에 잘 녹아들 수 있게 성찬이란 역을 표현하려 했고, 잘 안되는 부분은 저스틴 민, 김혜옥 배우님이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했다"며 "평소 연주할 때는 곡 자체의 완성도에 집중하는데, 연기할 때는 성찬이 어떤 마음을 갖고 연주할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박대호를 비롯해 비전문 배우들도 많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춘희 캐릭터에 모티브가 된 실제 문춘희 씨를 비롯해 김진유 감독이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열연을 펼쳤다. 강릉시 명주동에 사는 김 감독은 평소 주민들과 같이 밥도 해 먹고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김 감독은 "전문 배우, 비전문 배우 나눠서 표현되지만, 영화라는 게 우리의 삶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비전문 배우들의 힘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주민들이 출연한 반상회 장면이 보다 푸근하게 표현됐다고 했다.
독립영화인데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저스틴 민과 중견 배우 김혜옥 등을 캐스팅한 데 대해선 "타고난 운인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김 감독은 "두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어서 회사에 연락해 시나리오를 전달해 드렸다. 저는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일은 없었다"며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게 저에게도 놀라운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분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저는 경쟁하는 영화가, 예를 들면 '호프'라고 생각하는 창작자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야 관객들이 느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콘서트 장면 등에서 인상적인 사운드를 빚어내며 관객을 매료시킨다. 김 감독은 "저음 음역을 강조해서 극장이 흔들리는 형태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내내 한글 자막이 깔리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김 감독이 농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삽입한 것이라고 한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가 개봉하면 농인 가족이 영화를 보지 못하는 이슈가 있다"며 "첫 영화 '나는보리'(2020) 때도 한글 자막을 입혔다"고 했다.
그는 "오랜만에 나오는 음악 영화이니 많은 분이 봐주시면 좋겠다"며 "솔직한 마음은 이 영화로 돈을 벌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영화는 오는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