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24년간 사극 피했지만…시대의 속박 표현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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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주연…욕망과 재능 넘치는 조씨부인 역

    "속마음 감추는 인물, 100% 이해 못 해…혹평 겸허히 받아들여"

    "40대 중반 넘어가며 시야 넓어져"…현빈과 작품 맞대결에 "감사한 일"

    배우 손예진
    배우 손예진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배우 손예진(44)이 연기한 조씨부인은 그조차도 100%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조씨부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촌 동생 조원(지창욱 분)에게 남편 유대감(이지훈)의 소실인 소옥(신윤하)을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게다가 조씨부인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겠다"며 혼례를 치르기도 전 남편을 잃은 청상과부 안희연(나나)의 정절을 두고도 조원과 내기한다.

    29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손예진은 속을 알 수 없는 조씨부인의 행보를 두고 "사실 100%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제가 제약된 시대를 사는 조씨부인의 감정을 오로지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며 "속마음을 감추고 상대를 위하는 척하거나, 상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떠보려는 방식들이 꿍꿍이가 많아 보였다"고 조씨부인을 해석했다.

    그는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여러 장면을 찍으며 '이 여자는 무슨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고 행동할까' 싶었다"며 "대본이 나올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라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스캔들'은 욕망을 가지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조씨부인과 조원이 벌이는 위험한 사랑 내기에 미망인 희연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러 차례 드라마, 영화로 재해석된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1782)를 조선 시대로 옮겼다.

    손예진이 맡은 조씨부인은 누구의 부인으로만 갇혀 살기 아까운 재능과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배우 손예진
    배우 손예진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사극에 출연한 것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2002)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사극을 피해 왔었다"고 고백한 손예진은 "매력도 있지만 불편함도 있었다. 한복을 입고 머리를 하는 게 너무 불편해서 연기할 때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년 넘게 피해 왔던 사극을 선택한 건 조씨부인의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이었다.

    손예진은 "21세기에 살았다면 자아실현을 멋지게 할 수 있었던 인물에게 가해진 시대의 속박과 제약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많은 걸 가진 인간이 욕망을 펼치지 못했을 때 결핍이 생긴다. 하지만 조씨부인에겐 겉으로는 '난 잘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본능도 있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씨부인이 자기와 싸움하면서 동시에 너무나도 정숙한 사대부 여인으로 살아가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조씨부인이 조원을 질투하기도 하고 선망하기도 하고 이성의 감정도 느끼면서 다양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쉬운 얘기가 아니니 계속 리메이크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의뭉스러워 보이는 조씨부인은 조원의 곁에서 평범한 여인으로 있고 싶었다는 안희연의 진실한 고백에 처음으로 "부인이 부럽다. 난 안희연이 되고 싶었다"고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한다.

    이 장면과 관련해 손예진은 "희연은 가장 자유롭게 훨훨 날아간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반면 조씨부인은 자신이 다 내려놓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 알았고, (조원이) 같이 가자고 해도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부인은 희연이 자신을 드러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굉장히 부러웠을 것"이라며 "조씨부인의 네모진 안채 뜰이 닫힌 새장 같다. 조씨부인은 '희연처럼 용기 있고 대범하게 살았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건 조씨부인의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손예진
    배우 손예진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캔들'은 공개 후 한복, 판소리, 민화 등 한국의 미가 돋보이는 연출에는 호평이 쏟아졌으나, 뜨거운 욕망을 느리고 미지근하게 다룬 치정극이란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손예진은 "대중적으로 공감받을 인물이라고 솔직히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복잡다단한 얘기를 명백하게 하지도 않는다"며 "모두 호평해 주면 좋겠지만 제가 이 일을 몇십년 해보니 그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요즘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이 익숙한 상황에서 이 작품은 호흡도 느리고 이질적일 수 있다"며 "혹평이란 말까지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보시고 난 후의 반응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영화 '협상',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함께한 동료 배우 현빈(44)과 2022년 결혼해 아들을 둔 손예진은 나이가 들고 가정을 꾸리며 배우로서의 시야도 넓어지고 있다고 돌아봤다.

    그는 "20∼30대에 조씨부인을 연기했다면 상상으로 연기했을 것 같은 것들이 있다"며 "40대 중반을 넘어가며 시야가 넓어지고 있고,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을 감정을 조금은 표현할 수 있는 자원이 채워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빈과 손예진은 비슷한 시기인 지난 9일과 18일 각각 주연한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와 '스캔들'을 공개하며 흥행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손예진은 "저희가 아이와 같이 자고 있어서 둘 다 서로의 작품을 못 봤다"며 "추석과 같은 큰 명절 시즌에 저희 작품이 같이 나온 건 감사한 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배우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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