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항기 "고물상서 재료 사 직접 드럼 만들어…음악은 곧 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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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최초 그룹 사운드 키보이스 출신…내달 음악인생 집대성 헌정공연

    "1960년대 BTS보다 더 큰 인기 누려…목소리 나오는 한 은퇴는 없죠"

    데뷔 65주년 맞은 윤항기
    데뷔 65주년 맞은 윤항기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원로가수 윤항기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에서 열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3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황혼의 들녘서 보니 '여러분' 덕에 '나는 행복합니다'!"

    원로 싱어송라이터 윤항기(84)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열린 65주년 헌정 공연 '여러분 덕분에 나는 행복합니다' 개최 기념 기자회견에서 "좋아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음악이었지만, 돌아보니 음악은 곧 윤항기의 삶이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제) 음악은 남아 있으리라는 사실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말하며 뿌듯해했다.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윤복희의 오빠이기도 한 윤항기는 1959년 작곡가 김희갑이 악단장으로 있던 에이원쇼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음악의 기초를 알려준다는 말에 해병대 군악대에 자원입대해 군 복무를 했다.

    그는 '한국의 비틀스'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차중락(보컬), 차도균(베이스 기타), 옥성빈(키보드)과 함께 드러머로 우리나라 첫 그룹사운드 키보이스를 결성해 1964년 독집 앨범 '그녀 입술은 달콤해'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국내 그룹사운드의 첫 번째 앨범으로 알려진다.

    윤항기는 "196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 남성 중창단은 있었지만,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그룹은 없었다"며 "1964년 필리핀의 선스팟이라고 하는 쇼팀이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 사람들이 악기를 다루며 노래도 하고 코미디도 선보이더라. 이걸 보고 '저거다' 싶었다"고 팀 결성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드럼 살 돈이 없어서 청계천 고물상에서 벤조(악기의 일종)와 무당이 쓰는 바라(심벌즈와 유사한 악기)를 사서 세숫대 받침대에 용접해 붙여 직접 드럼을 만들어 연주했다"며 "1964년 때마침 비틀스가 미국에 건너가 (밴드) 붐이 일면서 우리도 같이 붐을 타게 됐다. 그 당시 환경 아래에서는 우리가 BTS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데뷔 65주년 맞은 윤항기
    데뷔 65주년 맞은 윤항기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원로가수 윤항기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에서 열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30 [email protected]

    윤항기는 1970년대에는 '윤항기와 키브라더스'와 솔로 활동을 통해 '장미빛 스카프', '별이 빛나는 밤에', '나는 어떡하라구',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 등 다수의 히트곡을 냈다.

    그러다 1986년 발표한 '웰컴 투 코리아'를 마지막으로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 신학을 공부해 약 30년 동안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2014년 목회자에서 은퇴한 그는 그해 신곡 '걱정을 말아요'를 담은 55주년 골든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윤항기는 "슬프고 후회스러운 추억도 많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오히려 그것들이 너무 큰 행복이 됐다"며 "제가 노래할 수 있고, 제 목소리가 나오는 한 은퇴란 없다"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항기는 데뷔 65주년이던 2024년 최백호, 조항조, 유현상 등 후배들과 기념 공연을 논의했지만 건강 상태 등 여건이 여의찮아 2년이 지나서야 65주년 헌정 공연을 열게 됐다.

    다음 달 24일 오후 6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헌정 공연에서는 '낭만 가객' 최백호를 비롯해 장미화, 김수희, 조항조, 유현상, 전영록, 인순이, 최희선, 소찬휘 등 많은 가요계 후배 스타들이 출연한다. 최백호는 공연을 위해 특별히 헌정곡 '이 나이에도'를 만들어 선물했다.

    윤항기는 이날 청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원조 그룹사운드 드러머'다운 젊은 패션 감각도 뽐냈다. 그는 여러 차례 대표곡 제목이자 공연명이기도 한 '나는 행복합니다'를 반복했다.

    윤항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기자간담회
    윤항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가수 조항조(왼쪽부터), 윤항기, 유현상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에서 열린 '윤항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30 [email protected]

    윤항기는 행복의 조건을 묻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위치에 간다든가, 좋은 일이 있을 때, 물질적인 것을 누릴 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정반대"라며 "저는 가난하게 태어나 부자는 되지 못했지만, 생각은 부유한 사람이다. 진실한 행복은 남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각자 처한 환경에서 감사할 줄 아는 게 행복"이라고 소신을 들려줬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조항조는 "윤항기는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열어준 선배"라며 "이 헌정 공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뜻깊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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